2008. 10. 16. 10:02

오픈소스DB가 몰려온다


IT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인프라 소프트웨어를 꼽으라면 당연히 운영체제와 데이터베이스다.

운영체제는 잘 알다시피 메인프레임과 유닉스, 윈도, 리눅스 등이 있다. 최근 인텔이나 AMD가 중앙처리장치(CPU)의 속도를 지속적으로 혁신시키면서 이제 메인프레임과 유닉스 장비가 아닌 윈도와 리눅스 장비로도 대형 핵심 업무 시스템을 구동하는 일들이 가능해졌다. 리눅스가 당당히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은 이제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문제는 그 운영체제 위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DB만큼은 여전히 상용 업체들이 호령하고 있다.

2007년 국내 데이터베이스관리소프트웨어(DBMS) 시장은 전년 대비 7.3% 성장한 2493억원대의 규모를 형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dbmsmarket2007

시장조사 업체인 한국IDC(www.idckorea.com)가 최근 발간한 ‘데이터베이스 관리 소프트웨어(DBMS) 시장 분석과 업데이트 보고서, 2008-2012′ 에 의하면 2007년 국내 DBMS시장은 전통적인 DBMS 수요와 함께 비즈니스 관점에서의 실시간 정보 활용 지원, 효율적 데이터 관리 등의 이슈에 힘입어 전년 대비 7.3%의 성장률을 보이며 2,493억 원대 규모를 형성했다.

지난 2006년 규모는 2323억원이었다.

한가지 재미난 일은 개방형 상용 DBMS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오라클은 리눅스 운영체제 기반 DBMS 시장에서도 80%에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서버 기반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에 약간 뒤쳐져 있지만 여전히 4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리눅스 분야에서는 앞도적으로 시장을 이끌어 가고 있다.

이런 오라클을 잡기 위해 IBM이나 사이베이스 등이 도전장을 던지고 있지만 시장 판도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 IBM은 그나마 메인프레임이 버티고 있어서 전세계 혹은 국내 2위 DBMS 업체라고 명함을 내밀고 있지만 개방형 시장에서는 오라클에 게임도 안되며 윈도 서버의 성장과 함께 급성장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SQL 서버’에도 시장 점유율에서 한참 떨어져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라클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윈도 서버 시장에서만 구동되기 때문에 유닉스와 리눅스를 사용하려는 고객들을 윈도 플랫폼으로 유도하지 않으면 오라클을 잡기가 쉽지 않다. 올해 윈도 서버 2008과 SQL 서버 2008로 유닉스 고객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구애의 손짓을 보내고는 있지만 한국마이크로소프트도 아직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다만 지난해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SQL 서버 매출이 윈도 서버 매출을 훨씬 앞서 나가고 있다는 점은 한국마이크로소프트에게는 크나큰 위안거리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라이선스 매출 기준으로 SQL 서버에서 540억원 정도를 획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지보수료는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10%를 잡아도 700억원에 가까운 수치다. 이는 오라클의 반 정도이지만 게임업체나 인터넷상거래 업체, 일반 기업의 업무용으로 윈도 서버가 상당히 많이 도입돼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내 DBMS 시장에서 오픈소스DB 업체들이 신발끈을 조여매면서 대형 업체들의 틈새를 공략하기 위해 체널 정비와 국내 파트너 확보, 새로운 제품 출시들을 앞두고 있다. 이들이 얼마 정도의 파괴력을 보일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국내에 가장 많이 알려져 있고, 국내 포털들 대부분이 사용하고 있는 MySQL은 그동안 국내 지사 문제와 기술 지원 문제로 인해 기술 지원을 받는 유료 서비스 가입자 확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썬이 MySQL을 인수하면서 채널 정비에 나섬에 따라 올해를 기점으로 새로운 승부수를 띄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썬 관계자는 “대략 4배 정도의 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MySQL과 오픈소스DB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는 포스트그레스큐엘(PostgreSQL) 제품을 최적화해 판매하고 있는 엔터프라이즈DB도 최근 다우기술과 협력하면서 국내 시장에 발을 담갔다.

공교롭게도 다우기술은 MySQL의 총판이면서 동시에 엔터프라이즈DB사의 총판이다. 오픈소스SW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다우기술은 국내에 필요한 다양한 오픈소스SW를 찾아 고객에게 스택 전략으로 접근할 계획이다.

여기에 큐브리드라는 국내 업체도 명함을 던졌다. 큐브리드는 패키지소프트웨어 업체였지만 판매 라이선스는 무료로 제공하면서 오픈소스SW 업체들의 수익 모델인 서비스 지원시 유료로 새로운 시도를 해왔다. 최근에는 네이버의 자회사인 서치솔루션이 큐브리드를 인수하면서 시장의 주목도 끌었다. 서치솔루션은 검색과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연구를 지속화하고 큐브리드는 데이터베이스 제품에 대한 기술지원과 판매를 담당한다.

네이버 CTO인 김평철 박사는 “11월 큐브리드 제품을 오픈소스화 할 것”이라고 블로터닷넷과 전화통화를 한 바 있다.

엔터프라이즈DB와 큐브리드는 11월 한글화된 제품과 기존 상용 패키지의 오픈소스 제품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오픈소스DB는 여전히 인터넷 업무에 국한돼 있고, 핵심 업무용으로 사용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국내 DBMS 시장에서 여전히 5%의 점유율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 업계는 지금이 바로 적기라고 입을 모은다.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금융위기와 금융 위기가 다양한 형태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면서 많은 기업들이 비용절감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오픈소스DB의 확산의 전제조건은 고객들이 유닉스와 윈도 플랫폼을 얼마나 많이 리눅스 환경으로 바꾸느냐에 있다. 또 설령 리눅스 환경으로 바꾸더라도 오라클이라는 거대 사업자가 제공하는 기능이나 간편한 마이그레이션 툴, 대규모 트랜잭션 기능 제공으로 고객들이 안심하고 오픈소스DB를 채택할 수 있도록 보장해줘야 한다. 운영체제는 바꾸더라도 핵심 정보를 저장하는 DB까지 오픈소스 제품을 사용하기는 쉽지가 않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세 회사 모두 인터넷 업무에서 탁월한 성능과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고, 이미 검증이 끝났다고 선언한 것이다. MySQL은 이미 포털 업계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고, 큐브리드의 제품 또한 국내 1위 포털인 NHN 서비스에 적용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포스트레스큐엘의 경우도 유니텔사업부에 적용하면서 오라클 마이그레이션 이슈를 이미 경험했고, 별 문제 없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향후 유니텔 사업부의 대부분의 서비스에 이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틈새가 아니라 이미 검증된 시장이라는 설명이다. 이제 공은 관련 DB 업체의 몫으로 돌아갔다. 경비절감을 원하지만 신뢰성과 안정성, 확장성을 검증하길 원하는 기업 고객들을 이 업체들이 어떻게 설득해 나가면서 고객사를 하나 둘 넓혀 나갈지가 관전포인트다.

상용 DBMS 시장이건 오픈소스DB 시장이건 ‘타도 오라클’의 목소리는 똑같다. 오라클의 아성을 어떻게 넘어설지, 오라클은 또 어떤 카드로 이들 업체를 제압할지 흥미로운 경쟁이 이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