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에 실패하지 않는 법
다이어트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적게 먹으면 누구나 쉽게 살을 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비만의 원인을 ‘많이 먹고 덜 움직여서’라고 말하면 해법은 단순해진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면’ 된다. 그렇다면 10년 전인 1998년에 비해 지금 우리는 더 많이 먹고 있다고 볼 수 있을까? 보릿고개라는 말이 있었던 1960년대에 비해서는 확실히 많이 먹고 있지만 비만을 건강의 적으로 규정하고 다이어트 열풍이 몰아친 10년 전에 비해 그렇다고 말하긴 어렵다. 비만인구는 10년 전에 비해 20%나 증가했다. 비만에 대한 접근이 잘못됐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다.
체중조절 시스템의 오작동
인스턴트 음식·수면부족·스트레스가 ‘가짜 배고픔’ 유발
살 뺀다고 3시간 넘게 운동하면 세포 재생커녕 손상 커
30·40대의 천연 체중조절 시스템을 무력하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체중이 본격적으로 늘어난 시기와 원인을 곰곰이 되씹어 복기(復棋)해 보자. 우선 잘못된 식습관이 문제다. 아침을 거르거나 설탕과 트랜스지방이 가득 들어있는 인스턴트 식품을 먹으면서 내 몸의 신진대사가 제대로 이뤄지길 바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가 아닐까. 수면의 질도 따져봐야 한다. 수면 시간이 짧거나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식욕 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할 뿐 아니라 체중조절 시스템의 작동도 둔해진다. 수면 부족은 우리 몸에 스트레스로 작용하는데,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 수치를 높여 복부에 지방이 잘 쌓이는 환경을 만든다. 충분한 수면과 휴식을 취하지 못하면 세로토닌 생성도 영향을 받는다. 세로토닌이 낮은 상태가 되면 음식 섭취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고 과식, 폭식으로 이어진다. 수면 부족이 이어지면 우울한 감정도 잘 일어나고, 성장호르몬도 충분한 양이 분비되지 못한다. 수면-각성 주기가 깨지면 낮 시간에는 식욕이 별로 없다가 밤에 주로 음식을 섭취하는 ‘야식 증후군’이 잘 생긴다.
설탕·액상과당·트랜스지방·술처럼 내 몸을 해치며 세트포인트를 올려놓는 유해물질도 피해야 한다. 물론 담배도 끊어야 한다. 담배나 커피는 일시적으로는 처진 몸 상태를 반짝 좋아진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지만 이러한 화학물질들은 체내에 부족한 것을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 단지 살짝 가릴 뿐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시스템 작동을 더욱 망가뜨린다. 만성 스트레스는 식욕과 수면, 우울한 감정 등과 복잡하게 얽혀 ‘가짜 배고픔’을 쉽게 일으키고 세트포인트를 올려놓는다. 마지막은 바로 신체 활동량 부족이다. 대사 속도가 떨어지고 근육량이 줄 뿐 아니라 면역기능을 떨어뜨린다. 신진대사가 망가진 사람들이 살을 빼겠다고 하루 3시간 이상 무리하게 운동하면 세포의 재생보다 손상 속도를 더 빠르게 만들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세트포인트’를 낮추려면
배고픈 다이어트는 100% 실패… 과식·폭식으로 이어져
칼로리 밀도 낮은 음식으로 배 채우고 수시로 물 마실 것
세트포인트를 리셋(reset) 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내 몸이 긴장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음식이 부족해서 굶어 죽을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갖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배고픈 다이어트는 100% 실패한다. 내 몸을 긴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내 몸을 살살 달래가면서 내 본능이 미처 눈치채지 못하게 세트포인트를 끄집어 내려야 한다. 세트포인트를 낮추려면 에너지밸런스가 마이너스(-) 방향으로 가도록 해야 한다. 배고픔을 참아가며 일부러 적게 먹으면 내 몸이 긴장해 신진대사 속도를 뚝 떨어뜨리고, 다음 끼니에 과식이나 폭식으로 이어진다. 지금의 체중을 어떻게든 고수하려는 내 몸의 본능적 반응을 살살 달래가면서 몸이 눈치채지 못하게 서서히 체중을 감량해야 요요현상 없는 체중 감량에 성공할 수 있다. 세트포인트를 낮추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칼로리 밀도가 낮은 음식으로 배를 채우자. 같은 부피라도 채소·해조류·버섯류같이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은 칼로리 밀도가 낮은 반면 지방이나 단순당이 많은 음식은 칼로리 밀도가 높다. 둘째, 콩·두부·계란 흰자·생선·해산물·닭가슴살같이 포화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챙겨 먹으면 평소보다 적게 먹어도 포만감이 일찍 찾아오고 오래 유지되어 다음 끼니의 과식이나 폭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셋째, 하루에 네 끼를 먹자. 내 몸은 아침식사를 한 뒤 낮시간 동안 본능적으로 4시간마다 배고픔 신호를 내보낸다. 아침과 점심 사이 간격은 괜찮은데 점심과 저녁 사이 간격이 길기 때문에 오후 3~4시쯤 저지방 우유나 두유 한 잔과 호두나 아마씨 한 줌 정도의 간식을 먹어 본능적 욕구를 맞춰주는 것이 좋다.
넷째, 물을 수시로 마시자. 칼로리 밀도가 낮은 음식은 식이섬유가 풍부한데, 식이섬유는 물을 많이 마셔줘야 그 효과를 충분히 낼 수 있다. 식사 후 3시간 이내에 배고픔 신호가 나온다면 ‘가짜 배고픔’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때 물 한 컵을 마시면 배고픔 신호를 잠재울 수 있다. 간혹 갈증을 허기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일단 물을 먼저 마시는 습관은 식욕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천천히 먹어야 한다. 한국인의 빨리빨리 기질은 식사 속도에서도 나타난다. 급히 먹으면 위장이 팽만해졌다는 신호가 뇌에 도달하기 전에 이미 과식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평소보다 더 많이 씹어서 삼키고 입 안에 음식이 있는 동안에는 수저를 내려놓는 습관을 들여보자. 천천히 음식의 맛을 음미하면서 식사를 하고 배부르다는 느낌보다 배고픔을 해결했다는 느낌이 들 때 수저를 내려놓는다. 음식을 남기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은 식사 전에 미리 밥을 덜어놓거나 작은 공기에 밥을 담아 식사를 하면 된다.
무더운 여름도 지났으니 이번 기회에 내 몸을 리셋시켜 스트레스였던 뱃살에서 벗어나보는 것은 어떨까?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여기에 근력운동까지 더한다면 내년 여름이 빨리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게 될 지 모를 일이다. ▒
체중조절시스템
비만인구 증가의 원인은 ‘많이 먹어서’가 아니다. 내 몸에 일정한 체중과 체지방을 유지하려는 체중조절 시스템의 기능이 깨지면서 세트포인트(set-point)라는 체중조절점이 상향 조정됐기 때문이다. 30·40대의 경우에는 특히 더 그렇다. 올라가 있는 세트포인트를 원래 수준으로 낮추어야 ‘요요현상’이 없는 근본적인 치료가 된다. 세트포인트만 낮춘다고 모든 것이 해결될까? 그렇지 않다. 내 몸의 천연 체중조절 시스템의 기능을 깨뜨린 원인을 찾아 고쳐야 한다.
| 단백질 보충제, 먹을까 말까 |
운동하면 지방 줄지만 근육 손실도 불가피
근섬유 새로 만들려면 단백질 보충 충분히
다이어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근육량이다. 살을 빼겠다고 식사량을 평소보다 줄이면서 유산소 운동만 하게 되면 지방이 빠지지만 근육 손실을 피할 수 없다. 근육량이 빠지면 신진대사 속도는 더욱 감소하게 된다. 다이어트를 할 때 오히려 근육을 더 키워주거나 적어도 근육 손실만은 막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근육을 키우기 위해 근력강화운동(웨이트트레이닝)을 할 때 근육에서는 미세한 손상이 일어나는데, 이 손상을 회복시키기 위해 단백질이 동원된다. 그런데 식사량을 줄이면 필수적으로 먼저 쓰여야 하는 곳에만 단백질을 가까스로 쓸 수 있게 된다. 새로운 근섬유를 만드는 데 필요한 단백질은 턱없이 부족해 근육이 제대로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다이어트로 식사량을 줄일 때에도 단백질을 더욱 챙겨 먹어야 하고, 근력운동으로 근육을 키우겠다면 단백질 보충제를 먹어서라도 충분한 양을 보충해 주어야 한다.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나면 우리 몸은 24~48시간 안에 새로운 근섬유를 만들어낸다. 웨이트트레이닝을 일주일에 3회만 해도 단백질만 충분히 섭취한다면 내 몸이 매일 근육을 만들어가면서 지방을 연소하게 되는 것이다. 다이어트할 때 필요한 단백질은 단위체중(1㎏)당 1.2g이상이다. 근력운동을 한다면 단위체중당 적어도 1.5g을 섭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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